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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는 이야기

62주년 한국전쟁과 세계 7번째 '20-50클럽' 가입의 빛과 그림자

유월 이십오일은 62년 전 한국서 전쟁이 일어난 날입니다.

 

조국이 남도 북도 잿더미가 되어 버린 비극적인 날이였습니다.

밀려오던 국군과 지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미국, 즉 UN군이 참전한다는 소식이였습니다.

그 당시에 대구에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격은 난리라 지금도 생각하면 놀란 가슴입니다.

피난을 가야하는데 남쪽인 부산 방면이 피난민으로 밀려 내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밤에는 팔공산 쪽에서 교전하는지 섬광이 번쩍이였으며, 군인들을 태운 군용 트럭이

수없이 북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 나이가 칠순이 넘은 어르신들은

다 격고 기억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들 세대들에겐 철저한 반공 안보 교육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들입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들은 이 비극을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전 발발 62주년과 20-50 클럽 가입을 맞아 흥미있는 기사를 인용해 봅니다.

 

[책속의 풍경] 한국전쟁 발발 62주년, 종군기자가 기록한 처참한 기록들

 

“한국은 아주 재미있는 나라지. 길거리에는 어린애들뿐이고,

여자도 없고, 젊은 애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미군 부상병)는 전선 소식을 물었다.

“계속 후퇴하고 있소?”

대구를 통과해 전선으로 가는 한국군 기병대원들

 

포로가 돼 벌거벗겨진 북한군들이 소련제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버트 하디 사진

 

나는 그에게 엊그제 미 25사단과 5연대가 지키던 곳을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 대답을 듣지 않았다.

그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나를 붙들고 두꺼운 붕대로 감은 오른손을 보여 주었다.

“손이 날아갔어. 일을 못할 테고, 마누라는 날 원치도 않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베개 밑에서 젊은 여자가 찍힌 작은 사진을 한 장 꺼내 보였다.

그의 시선은 공허했다. 조금 벌린 입은 웃다가 말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절망적이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등을 돌려 침대 모포 속으로 파고들었다.

네 명의 프랑스 종군기자가 본 한국전쟁을 담은 <한국전쟁통신>(세르주 브롱베르제 엮음 | 눈빛) 중에서

 

 

'20-50 클럽' 가입의 빛과 그림자 / 강동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달성한 국가를 뜻하는 '20-50'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가입했대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엊그제 TV 뉴스에선 통계청이 인정한 '오천만둥이'인 신생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기도 했다.

'20-50 클럽'이란 게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니 짜장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때마침 오늘이 6·25 발발 62주년이다. 일부 신문들은 6·25 참전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는 기획보도를 대대적으로 실어

애국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쟁의 비참과 궁핍을 되새기려는 듯 당시의 화보를 실은 신문도 있었다.

황폐한 산하, 무너진 시가지, 그리고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의 사진을 지켜보자니 아닌게 아니라 폐허를 딛고 60여 년 만에

'20-50 클럽'에 들어간 우리의 오늘이 은근히 자랑스러워진다. 먹고살 만한 기틀을 만들어 준 부모 세대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도리가 없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벅찬 감회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엔 공허함이 대신 들어차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라면

4인 가구로 따져 가구 소득이 평균 8만 달러란 이야기인데 우리 돈으로 9270만 원쯤 된다. 글쎄, 우리 주변에

그만 돈을 버는 집이 얼마나 되겠는가. 쓴웃음을 흘리는 가장이 많을 게다. 이게 숫자의 함정이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란 요란한 구호는 우리 모두가 그만큼 잘사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한꺼풀 뜯어보면 '20-50클럽' 운운하는 소리에 공연히 헛배만 불렀음을 깨닫게도 된다.

말할 것도 없이 소득의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하다.

지난해 지니계수 수치로 보면 이른바 '20-50 클럽' 7개국 중에 우리나라는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낮지만 OECD평균

보다는 높다. 중위소득 50%에 포함되지 않는 인구비율을 따지는 '상대적 빈곤율'로는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정글식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 일본 보다는 양극화가 덜하지만 유럽에 비해선 심하다는 뜻이다.

'20-50클럽' 가입의 그늘은 또 있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인구 5000만 명 국가'라는 영광(?)은 겨우 33년 동안만

지속될 시한부라고 한다. 2030년을 정점으로 줄어들어 2045년 이후엔 다시 5000만 명 이하로 떨어진다.

단순히 인구의 감소가 문제인 건 아니다. 일할 사람이 주는 게 문제다. 우리 자식 세대가 우리를 부양하느라고 허리가

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사회적 활력이 감소하고 삶의 질도 떨어진다. 곧 100세 시대가 온다고들 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3명으로 대표적 저출산 국가인 일본의 1.42명은 물론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쓰는

중국의 1.56명 보다 훨씬 낮다. 인구를 늘릴 방도도 시원찮다. 젊은이들이 취직을 해야 결혼을 빨리빨리할 것 아닌가.

양육 부담이 줄어야 아이를 많이 낳을 게 아닌가. 한 통계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가 된다고 한다. 독신자의 숫자가 그만큼 는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20-50클럽'의 가입에 도취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득 격차의 완화와 빈곤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 우리 사회의 화급한 화두가 돼야 한다. 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인 정책도 서둘러 다듬을 일이다.

노인들의 생계를 돌보고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사회적 활동을 보장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쉬운 일일 리 없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받을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라니. 그래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챙기는 일인데

국가가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연금제도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장수 사회에 대비한 복지확충 계획도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

올해 대선에서 최대의 이슈가 '복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총선 후 터진

'종북 논란'으로 신 공안정국이 나타나면서 복지 화두가 가뭇 없이 사라질 조짐이다.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

'복지 확충과 미래 사회 준비'라면 소모적 정쟁 보다는 이 문제에 대한 정책 검증이 대선의 쟁점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어영부영하다가는 늦는다. '20-50'의 영광은 짧고 그늘은 길다.

 

출처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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