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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는 이야기

내년 한국 총선과 대선 때문에 해외동포사회가 시끄럽겠다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다가

조선일보 사설 [김대중 칼럼] '해외동포까지 오염시키는 국내정치'라는

기사가 눈에 띄어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인용하고자 합니다.

벌써 모임에 가면 '미국에서 어떻게 하면 불경기에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한 명제는 뒤로 하고 국내정치 이야기가 판을 칩니다.

 

미주동포의 경우 미국은 시집이고 고국인 한국은 친정이 됩니다.

친정이 잘 되어야 미주동포들은 미국서 발을 뻗고 편안히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못하다가 여야가 갈려지듯이 동포사회도 갈라질까 심히 걱정이 됩니다.

다들 그런것은 아닌데 국내정치 문제에 때가 되면 철새처럼 심취하는

몇몇 동포들 때문에 많은 선량한 동포들이 가슴 아플까 염려가 됩니다.

미리 걱정할 것도 많다 하지마는 이런 부작용에 대해 안전 장치를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후유증으로 교민사회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는 막아야 합니다.

 

다음은 [김대중 칼럼]

"해외동포까지 오염시키는 국내정치"라는 사설입니다.

 

김대중 고문

민주화 이후 조용했던 교민사회, 재외동포 참정권으로 '정치' 바람
여·야 조직 결성 경쟁 벌이고 정치지망자는 국내 진출 노려…
내년 총선과 대선 이후에도 교민사회 동질감 유지될까

1970년대 중반 주미(駐美) 한국대사로 간 함병춘 박사는 어느 일요일 한인교회에서 "미국에 이민 온 이상

미국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가 교민들의 거센 항의와 함께 달걀 세례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함 대사는 교민들의 빠른 현지적응과 정착을 촉구한 것이었지만 당시가 10월유신 직후였기에

교민들은 교민들의 반(反)정부·민주화 운동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교민들로서는

이런저런 연유로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인임을 잊은 적은 결단코 없었기에

함 대사의 발언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건드린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한국인들의 조국 사랑은

어느 민족보다 유별나고 나라에 대한 자긍심은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이 유별나고 강한 조국 사랑이 한국 국내정치에 의해 오염되면서 어딘가 왜곡되고 조금씩 퇴색돼왔다.

과거 수십년간 미국 교민사회가 한인회장 선거 등으로 국내정치 진출과 맥이 닿으면서 국내정치의 치열상과

분열상을 닮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경직과 한국의 권위주의 정치가 교민사회를 남과 북,

친(親)정부와 반(反)정부로 갈라놓았다. 일부 교포사회 인사들의 국내 진출 욕심과 국내 정치세력의

세(勢)확장 의욕이 결합한 꼴이다.

민주화시대에 접어든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교민사회의 '정치'는 재외동포들에게도 국내선거 투표권을

주기로 법제화되면서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민사회는

벌써 여·야로 갈려 선거 채비에 들어가고 있다. LA 등 미국 서부지역에는 이미 민주당 인사들이

다녀가면서 야당조직이 결성됐고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 조직도 곧 태동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 서부지역에서 만난 교민사회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이러다가 교민들끼리 서로 원수 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듣자하니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교민사회가 국내정치

참정권을 요구해서 결국 이렇게 됐는데, 그것을 요구한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며 어디 갔는가"라고 물었더니

 "정치하고 싶은 몇 사람들 얘기를 들었겠지…"라며 교민사회 전체와는 상관없다는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교민사회 언론에 종사하는 한 사람은 "앞으로 한인회장 선거는 종국적으로 법정 분쟁으로까지 번질 것"이라면서

"한인회장 자리가 국내 진출의 징검다리가 될 터인 만큼 회장 선거를 둘러싼 각종 모략과 불법사례가

자행될 것이고 결국은 재판까지 가게 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총선에서는 투표 결과에 따라 국내의 정당들이

사전에 배분해놓은 비례대표 의원직을 딸 수 있다는 것이 이곳 정치 지망자들의 계산이고,

대선을 통해서는 다른 자리의 국내 진출을 입도선매(立稻先賣)할 수 있다는 유혹

또는 유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얘기다.

그렇기에 어느 인사는 미국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피선거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시민권을 버리고 영주권 상태로 있거나 한국 국적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향우회·동창회·동호회·협의회 등 각가지 이름을 단 단체와 모임이 선거 전초전의 양상을 띠고 있고

이런 양상은 갈수록 과열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교민사회 인사는 본국(本國)의 선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고, 또 지리적·시간적 이유로 투표에 참가할 교민 수가 많지 않아 그렇게 큰 소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민들의 투표권은 결국 합리적

대의성(代議性)을 지닐 수 없어 큰 의미가 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교포사회는 그들이 이국(異國) 땅에서 몸 붙이고 살고 있다는 동질감만으로도 서로 돕고 우애 있게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고국에 무슨 일이 있으면 발벗고 나섰고 고국의 발전한 위상에 같이 즐거워했다.

고국의 정치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일 고국의 소식에 목을 매지만 먼 땅에 떨어져 살면서

국내정치에 일일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 왔다.

이런 교민사회의 동질감이 내년 총선과 대선 이후에도 계속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제발

이번 한 번만 해 보고 다음에는 (재외동포 투표제도를) 반납했으면 좋겠다"는 어느 교민의 말이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