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간의 희노애락이 살아 숨쉬고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 [노르웨이 오슬로 북유럽여행]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 Scrupture Park)

오슬로 중앙역에서
12번 트램을 타고 40분간 달리자 프로그너 공원(Frogner Park)이 모습을 드러냈다.
번잡한 시내 중심가와 달리 한적한 주택가와 인접해 있는 오슬로의 대표적인 공립 공원이다.
일명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 Scrupture Park)으로 더 유명한 이 곳은 전체 공원 면적
13만 여 평 가운데 10만 평이 비겔란과 그의 제자 작품들로 조성됐다

뭐니뭐니해도 비겔란 조각공원의 하일라이트는 바벨탑을 연상케 하는 17.3m 높이의 ‘모놀리트’(Monolith)다.
121명의 인물이 정상을 향해 기어 올라가는 듯한 조각상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정교한 조형미로 탄성을 자아낸다.

인생의 굴레
돌고 도는 인생, 굴레 같은 인생을 의미하고 있다.

비겔란 조각공원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1921년 오슬로시와 비겔란과의 이색적인 계약이 있었다. 목수의 아들이었던
비겔란은 오슬로, 코펜하겐, 파리에서 조각을 배웠고 파리에 머물 때에는 로댕의 작품으로 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그는 오슬로 시에 ‘인생의 행로’라는 작품을 기증할 기회가 있었는 데, 이를 접한
|시민들이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면서 프로그너 공원에 조각작품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분수’ 이외에 작품 수가 많지 않았던 그는 1924년부터 조수들과 함께 새로 마련된 작업실에 거처하며
공원에 들여 놓을 작품들을 제작하는 데 매진했다. 212점과 600여 개의 인물상은 그와 제자들이 40여년 에
걸쳐 빚어낸 땀의 결정체다.

안타깝게도 비겔란은 공원이 완성하기 전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비겔란 공원의 역사적 탄생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슬로시는 생전 그의 유지에 따라 무료로 공원을 개방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의 ‘열린 감상’을
위해 작품에 대한 명제나 해설도 붙이지 않았다.

비겔란 조각공원의 홍보 담당 신드레 후세보(Sindre Husebo)는 “비겔란 조각공원은 주로 1940~1949년 기간에 제작됐던 작품 200여 점으로 꾸며졌지만, 모태가 된 ‘분수’의 제작 시기를 감안하면 40여 년에 걸친 대장정의 결실이다“면서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거나 수집한 후 공원을 건립하는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비겔란 조각공원은 먼저 공원건립을 설계한 후
장소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수십년 간 제작해 설치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고 말했다.

모노리스 탑 주위에 화강암 조각 36점이 나열되어 있다
인생에서의 각 시기들(탄생 · 유년기 · 청년기 · 장년기 · 노년기 · 죽음)을 다루고 있으며, 조각들을 보면 
청년들의 근육, 노인들의 주름, 처진 살 등이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다리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6명의 인물이 거대한 원형 그릇을 떠받치고 있는 분수(Fountain)가 나온다.
또 주변에는 다양한 형상의 나무 조각과 인물상이 어우러져 있고, 분수 둘레에는 갓난 아기와 동물, 해골 등을
조합한 부조 작품들이 새겨져 있다. 로댕의 ‘지옥의 문’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출생에서 부터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삶을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냈다.

청동과 주철로 제작한 이들 조각상은 그 흔한 옷이나 장식구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 그대로다. 인위적인 기교 대신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표현하고 자 했던 비겔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작품 212점을 구성하고 있는
600여 명의 인물도 과장이나 축소 없이 사람의 실제 크기와 같다.

다리를 따라 걷다 보면 아빠와 아들, 엄마와 아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커플, 아이들과 놀고 있는
모습의 부모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다리를 따라 걷다 보면 아빠와 아들, 엄마와 아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커플, 아이들과 놀고 있는 모습의 부모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은 바로 ‘화난 아이’(Angry Boy)다.
심술쟁이라는 뜻의 Sinnataggen(노르웨이어)로 불리는 이 동상은 얼핏 4~5살로 보이는 꼬마가
주먹을 쥐고 발을 구르며 떼를 쓰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어찌나 찡그리는 아이의 표정과 동작이 사실적인지 관람객들의 웃음과 함께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인상적인 건 아이의 왼손이다. 청동 조각상이지만 마치 왼쪽 손만 따로 붙인 것 처럼 금빛으로 반짝이는데,
이는 행운을 비는 의미로 관광객들이 만지면서 색깔이 변했다고 한다.

구스타프 비겔란의 동상

정문으로 들어선 순간, 일행으로 보이는 수십 여명의 관광객들이 한곳에 옹기 종기 모여 있었다. 바로 이 공원의 주인공인 구스타프 비겔란의 동상앞이었다. 망치와 조각 칼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에서 평생 조각의 길을
걸어 온 거장의 위엄이 느껴졌다.